Chanje Park

나와 사업에 대한 생각들

브랜드 스토리 디자인: T1의 사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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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스토리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이 책은 일본 기업/브랜드에서의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설명한다.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3가지 요소로 구성된 주춧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째로 ‘지효성’이다. 지난 번 읽었던 <스노우볼 팬더밍>에서도,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순발력 있는 메시지는 즉흥적인 구매를 일으킬 수 있으나 지속되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끈기 있게 스토리를 전달해서 고객(생활자)의 무의식에 우리 브랜드의 이야기가 자리 잡게끔 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알아가는 재미’, ‘배울 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고객을 끌어들일 수 없다. 직접 물건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을 때 고객은 브랜드를 골라야 할 이유를 찾게 된다. 이를 통해 고객은 지적이고 근사한 이미지를 가진 것처럼 느끼며, 브랜드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되고, 브랜드가 전달하려는 진정한 의미를 ‘재발견’함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헌신을 갖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원풍경(원래의 모습)’이다. 사회에서 학습한 스테레오타입일 수도 있고, 우리가 원초적으로 떠올릴 수 있거나 동경하는 이미지가 있다. 이를 브랜드에 어떻게 잘 녹일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위의 요소들을 잘 조합하여 위기와 해결 등 기존 스토리에서 갖고 있는 ‘기승전결’이 탄탄한 이야기가 바로 브랜드의 스토리가 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브랜드 중 e스포츠 프로 게임단 T1이 있다. 2004년에 설립되어 2019년에 미국의 미디어 기업 컴캐스트와 합작 회사가 되었고, 포브스가 선정한 2020년 가장 가치 있는 e스포츠 구단들 중 하나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사실 T1의 역사를 모두 알고 있는 팬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워낙 많은 게임을 다루고 있고 각 게임의 흥행기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스토리가 쌓여 지금의 브랜드가 만들어 졌는데, 다른 e스포츠 게임단보다 훨씬 뚜렷한 색깔과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T1은 한국의 e스포츠 역사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팀이다.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7회 우승과 LCK 9회 우승,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서 유일하게 3회 우승을 달성한 ‘강력한 팀’으로 인식되어 있다. 한국 뿐 아니라 유럽의 시골 마을에 가도 SK텔레콤은 모르지만 T1은 안다고 한다. T1이 꾸준히 보여준 뛰어난 성적은 최고의 명문 팀이라는 확실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e스포츠는 다른 기성 스포츠와 달리 선수와 팬들의 거리감이 상당히 좁은 편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상당수는 프로선수가 보여주는 뛰어난 플레이를 보고 나도 저렇게 게임을 잘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팬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e스포츠 산업이 태동기라 미숙한 부분들도 많고, 사건사고가 많음에도, 팬들은 이를 포용하고 팀과 함께 성장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다른 엘리트 스포츠보다 특히 ‘조공 문화’가 발전되어 있고, 선수들이 밥은 제 때 챙겨 먹는지, 좋은 환경에서 연습하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선수들의 개인 화면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즐기며 선수들과 직접 소통한다. 대회가 끝나고 숙소로 이동하는 순간에도 라이브 방송을 통해 오늘 대회가 어땠는지를 얘기하며 팬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려 노력한다. 공식 대회가 아닌 일상에서의 선수들의 사소한 순간들과 모습을 즐기고 향유함으로써 더욱 애착을 가지게 된다.

T1을 좋아하는 팬들은 기성 스포츠와 달리 상당히 젊다. 그들은 어릴 적 오락실에서 나보다 게임을 잘 하던 친구들의 게임 화면을 뒤에서 지켜보던 기억들을 갖고 있다. 남들보다 더 게임을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원초적인 욕구가 있다. T1의 선수들은 내가 닮고 싶고 동경하는 ‘게임 잘하는 친구’들이 모인 팀이다.

T1이 항상 뛰어나고 강력한 팀의 모습만 보여줬던 것은 아니다. 초창기 임요환 선수는 아침마당에 나가서 ‘프로게이머가 게임 중독자와 같지 않느냐’는 취급을 당하며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이제는 학부모들이 임요환 선수와 같이 자식을 프로게이머로 키우고 싶어 프로게이머 학원을 찾는다.

페이커 선수는 침체기와 슬럼프를 겪으며 게임에서 패배하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 자신과의 싸움을 잘 이겨내고 이를 화려하게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모두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두 선수는 첫 데뷔부터 현재까지 T1에 소속되어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 점도 타 팀과 차별화된 브랜드를 강화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요즘 어린 친구들에게는 자서전이나 위인전과 같은 낡은 콘텐츠로는 더이상 큰 감동과 교훈을 주기 어려워 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포맷은 아니지만, 게임을 통해서 시련을 극복하고 땀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더 나아가 Nike, BMW 등과의 스폰서쉽을 통해 밀레니얼/Gen-Z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주도하고 있다.

  •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극복
  • 저조한 성적으로 슬럼프와 시련을 겪지만 이를 이겨냄
  • 언제 어디서나 팬들과 소통하며 친밀감을 형성하고자 노력함

최근 T1은 프로게이머 뿐 아니라 스트리머를 영입하는 등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강화하고 있다. T1이 보여주는 최근의 모습에 기존 팬들은 많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아 보인다. 팀 구성에 대해서도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T1에게 기대했던 강한 팀이라는 모습과 다른 행보에 실망하는 팬들도 있다. 구단의 수익성과 실력을 모두 챙기는 것이 정말로 어려운 일이지만, 늘 그랬듯이 지혜롭게 해결할 인사이트와 방향을 찾아낼 것이라 믿는다.

Highlights

p37. 순발력 있는 메시지를 더지면 고객은 무심결에 반응해서 구입하거나, 사진을 찍어 자신의 SNS에 올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한순간의 사건으로 끝나버리고 만다.
여기에서 생각해야 할 것은 계속해서 구입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재구매로 이어지는가의 여부가 상품력의 전부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커뮤니케이션 활동 그 자체가 고객이 재구매할만큼의 원동력을 만들어준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p38. 끈기 있게 스토리를 전해나가야 한다.
p50. 브랜드 스토리는 곧바로 매출 확대로 이어지는 즉효성 있는 정책이 아니다. 그러나 결정타가 될수는 있다.

p98. ‘그저 팔리기만 하면 된다’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다음에 또 사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
제품이 본래 가진 근사한 부분은 책과 마찬가지로 서서히 인정을 받는 것이 이상적이다.
‘팔리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선택하는 사람의 마음을 열어야 상품을 집게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결국 고객이 얼마나 즐거운 기분을 갖느냐에 따라 ‘팔리는 물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p108. ‘체험해 보고 싶다’는 생활자의 충동을 부추기자 머지않아 그들 사이에서 스스로 이야기를 공유하며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p130.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부분은 지금도 마시고 있는 분들에 관한 것이죠.
다양한 방면으로 여러 시도를 하되 함께하는 고객층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이들과 다른 부류를 연결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219. ‘재미있으니까 한다’는 메시지가 혼다의 기업 CM에서도 선전 문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만, ‘혼다는 재미있는 일을 많이 시도하는구나’ 하고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일은 혼다만 할 수 있지’라는 평가를 받고 싶네요.

p235. 즉효성 있는 디자인만으로 그때그때 트렌드를 좇기 바빠진다면, 브랜드가 가진 본래의 강점이 보이지 않게 될 겁니다.

Written by Chanje Park

March 14th, 2021 at 12:11 pm

Posted in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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