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je Park

나와 사업에 대한 생각들

고기리 막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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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산업을 보면 수 많은 식당들이 오늘도 생기고 사라지고 하고 있지만,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달아서 글 몇개 올려달라 하고, 블로거들에게 식사 대접하고, 리뷰 이벤트 하고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 원가와 배달팁을 낮춰 가며 치열하게 경쟁해서는 결국 남는 것은 없다고들 한다.

요즘 뜨는 아이템들, 상권 형성 되기 전에 빨리 잡아서 가게 차리면 잠깐은 잘나갈지라도, 권리금 장사를 생각하지 않는 한 ‘브랜드’를 갖추지 않고서는 영속할 수 있는 가게를 절대 만들 수 없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경험을 주는, 오래된 노포들이 이미 증명하고 있다.

내가 찾아간 고기리막국수는 아직 노포라고 할 수는 없는, 이제 갓 10년이 좀 안 된 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가 확립되어 있는 몇 안되는 식당일 것이다.

평일 낮에 갔는데도 1시간 정도를 대기해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들기름 막국수를 주문했다. ‘비비지 말고 그대로 드셔라’는 조언대로 먹다가, 뒤에 약간의 냉육수와 함께 먹었다. 10분도 안되서 다 해치웠다. 들기름 향이 은은히 묻어나서 고소하고 좋았다. 자극적인 맛은 아니고, 다음에도 근처 들를 일이 생길 때면 다시 생각날 정도의 맛이다.

사장님이 직접 쓰신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에서 본인의 가게와 음식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고객의 초기 유입을 확보하기 위해, 블로그를 잘 활용했다. 다만 검색 키워드를 많이 걸고, 마케팅 대행사를 써서 상위노출을 하는 전략을 쓰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막국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이야기를 쌓아 나가며, 정말 막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이 만든 블로그로 포지셔닝했다(고 한다.)

오프라인 매장에 CRM을 도입한 것. 카카오톡 예약 대기 시스템을 이용하여 장시간 대기하는 고객의 클레임과 문의를 줄이고, 재방문율을 파악하여 고객들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 손님의 행동을 관찰하여 데이터를 얻는 자세. 심지어 대기 시간까지 측정해서 이벤트에 활용한다. 매출 보다 재방문을 더 중요시하는 집. 리텐션의 중요성을 아는 식당.

고객 경험에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사실 이 점이 제일 놀라웠다. 보통 매장의 주차를 도와주시는 분들은 퉁명스럽고 불친절한 경우가 많다. 오래 서있다 보면 더운데 짜증도 나고 답답한 일도 많이 생길텐데도, 고객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모습은 다른 가게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신발장에 신발을 넣는 것도 주인이 지정한 번호를 사용해 혼동을 줄였다. 식사 도중 홀 서버님의 자세나 고객을 섬기는 태도가 확실히 다르다. 단순히 친절하기만 한 게 아니라, 대접하는 음식을 고객이 어떻게 즐겨주었으면 하는지 설명하면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관찰한다. (솔직히 나는 옆에서 너무 쳐다보는 게 좀 불편할 정도였다.)

뛰어난/일관적인 맛을 추구하는 자세는 당연하고, 가게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일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식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분명히 한 다음, 함께 일하는 종업원들이 완벽히 숙지할 수 있도록 교육시켰을 것이다. 분명 많은 시간을 썼을 텐데, 사장님이 가지고 있는 열정과 내공이 상당할 것이라 짐작하게 했다.

매장에서 나오는 청각 경험을 위해서, 배경음악의 선곡은 물론, 접시 소리가 최대한 안 나게 한다거나, 다른 손님이 소음을 내는 상황을 단호하게 제지하는 것. 생각해 보니 우리는 시각만큼이나 청각도 꽤 예민하게 받아 들이는 사람들이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시각적인 요소는 감안하면서, 청각적인 요소는 고려하지 않는 가게들이 많은 것 같다.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고객을 기억하려 하는 사업의 마인드에서 배우는 점이 많았다. 꼭 음식점에만 해당되는 비법은 아닐 것이다. 이런 마인드여야만 뭐든 잘 팔리는 집이 될 수 있구나 생각했다. 팬덤이 구축되지 않을 수가 없고, 바이럴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Written by Chanje Park

May 5th, 2021 at 4:01 pm

Posted in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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