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je Park

나와 사업에 대한 생각들

새로운 판을 만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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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휴대폰을 선택할 때의 기준이 ‘벨소리가 64화음을 지원하냐’인 때가 있었다. 지금 와서는 저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겠지만, 그 때는 휴대폰을 선택할 때 꽤 중요한 기준이었고, 모든 제조사가 어떻게 더 실제와 비슷한 사운드 경험을 만들 수 있을 지를 연구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나왔다. 기존 피처폰의 제한된 아키텍처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성능과 실험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려 하던 시도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WIPI가 만든 그들만의 룰에 CP로 들어가 게임을 출시할 필요도 없었다. 이렇게 된지도 벌써 10년이 훨씬 지났다.

지금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도 더 이상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이 5년, 10년 뒤에는 어느 유머 사이트에서 깔깔거리며 비웃는 농담거리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애초에 사고의 판도가 완전히 달라지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변화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가 빠르게 적응하는 방법도 있지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우리가 그 판을 만들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에 하고 있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주 가까이 있는 두 개념을 잇는 것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

물론 우리가 해결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산업의 문제들에도 적용 될 것이다. 업계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다양한 상품과 커뮤니케이션 문법이 존재하고 있지만, 지금 이 시장에서 불합리하거나 해결하기 어려워 보이는 고민들은, 피처폰이 가지고 있던 ’64화음’ 솔루션처럼 나중에 돌이켜 봤을 땐 정말 별 거 아닌 고민이었다고 웃어 넘길 수 있는 때가 분명히 올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시장을 선도하고, 차별화된, 판을 뒤엎는 인프라를 제공하여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Written by Chanje Park

June 12th, 2021 at 11:51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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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는 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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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Too much information about me.

이 글을 보는 분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을 적어보려고 한다. 회사의 분위기가 대표 성향을 따라간다는 얘기도 있던데, 과연 얼마나 맞을지?

  • 아직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경계하지만,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직접 만들어 주려고 하는 편이다. 일종의 테스트라 봐도 될 듯..
  •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사람의 의견은 왠만해서는 큰 의심 없이 따르려고 한다.
  • 내 역량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되거나, ROI가 안나오거나, 당장 하기 어려운 것들에 대해서는 미련을 갖지 않고 쉽게 포기하려 한다.
    •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일에 스트레스를 받고 내 에너지를 뺏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
    • 하지만 쓸 데 없이 사소한 일에서 집요한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디테일을 챙기는 일들.
  • 옹졸하고 졸렬한 면이 있다. (음… 사실 이건 오래 전부터..)
  • 나는 믿었는데 상대가 나를 배신했다고 느낄 때, 큰 서운함을 느끼고 화가 난다. (내 기대보다 못한 퍼포먼스인 게 드러날 때, 말로만 떼우고 그동안 해 둔 것이 별로 없다거나 할 때)
  • 생각보다 별로 나서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다. 자격지심이 있다.
  • 어떤 얘기를 들을 때 ‘실현 가능한 일’인가를 먼저 머릿속으로 따져보는 편이다. 그래서 뜬 구름 잡는 얘기는 별로 안 좋아 하는 것 같다.
  • 오랫동안 장고(長考)하는 것보다, 아이디어가 갑자기 번뜩 하고 떠오를 때가 많다. 보통 여러 소스를 통해서 수집했던 단편적인 정보들이 조합되어 떠오르게 되는 편이다.
    • 당연히 처음엔 설익은 아이디어일 수 밖에 없어서, 담금질을 하다 보면 디테일이 잡혀지는 편인듯. 지금 추진하고 있는 일들은 수년 전부터 계속 얘기 해오던 것들이 대부분.
  • 오타나 비문에 은근히 신경 쓰는 편. 강박적인 수준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쓰는 모든 글부터 완벽했어야 하기 때문에.. 😅
  • 나는 내 스스로가 똑똑하거나 영리하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냥 평균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만 남들보다 조금은 적응력이 나은 것 같고, 모방하는 것을 잘 하는 것 같다.
  •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기’ 때문에, 생각이나 의견이 휙휙 바뀌는 경우가 더러 있다. 우유부단한 성격이라 해야 할지, 신중한 성격이라 해야 할 진 모르겠지만. A 의견으로 기우는 것 처럼 보이다 결국은 급커브해서 B를 택하는 경우가 있는 듯. 절대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 나에 대해서 이정도 적었으면 어느정도 메타인지는 갖추고 있는 게 아닐까? 물론 충분하다 생각하지는 않지만.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알려주시길 바란다… 😁

Written by Chanje Park

June 2nd, 2021 at 12:57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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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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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문득 든 생각.

내 나이가 지금 만으로 28인데, 젊다면 젊고, 늙었다면 늙은 나이인 것 같다.

100세 인생 바라보자면, 아직 30%도 안 지났으니 앞으로도 무진장 할 일이 많겠다 싶다가도,

자유롭게 활동 할 수 있는 총명함이 남아있을 때를 생각하면, 이제 절반 좀 지났을 것 같은데, 방심하다가는 순식간에 지나가 버릴 테니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겠다 싶기도 하고,

그런데 나보다 어린 분들이 더 뛰어난 퍼포먼스를 드러내는 걸 보면 부럽기도 하고 조급함도 들고, 내 나이를 생각하면 여러가지 복잡하고 미묘한 생각만 든다.

한 10년 쯤 뒤에는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몹시 궁금하다. 그 때의 나는 뭘 하고 있을까. 여전히 싸이월드 감성 돋는 글이나 적고 있을까? 😅

적어도 후회는 없는 삶을 살았노라 하고, 돌이켜 볼 수 있었으면 한다.

Written by Chanje Park

May 23rd, 2021 at 11:1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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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리 막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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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산업을 보면 수 많은 식당들이 오늘도 생기고 사라지고 하고 있지만,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달아서 글 몇개 올려달라 하고, 블로거들에게 식사 대접하고, 리뷰 이벤트 하고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 원가와 배달팁을 낮춰 가며 치열하게 경쟁해서는 결국 남는 것은 없다고들 한다.

요즘 뜨는 아이템들, 상권 형성 되기 전에 빨리 잡아서 가게 차리면 잠깐은 잘나갈지라도, 권리금 장사를 생각하지 않는 한 ‘브랜드’를 갖추지 않고서는 영속할 수 있는 가게를 절대 만들 수 없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경험을 주는, 오래된 노포들이 이미 증명하고 있다.

내가 찾아간 고기리막국수는 아직 노포라고 할 수는 없는, 이제 갓 10년이 좀 안 된 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가 확립되어 있는 몇 안되는 식당일 것이다.

평일 낮에 갔는데도 1시간 정도를 대기해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들기름 막국수를 주문했다. ‘비비지 말고 그대로 드셔라’는 조언대로 먹다가, 뒤에 약간의 냉육수와 함께 먹었다. 10분도 안되서 다 해치웠다. 들기름 향이 은은히 묻어나서 고소하고 좋았다. 자극적인 맛은 아니고, 다음에도 근처 들를 일이 생길 때면 다시 생각날 정도의 맛이다.

사장님이 직접 쓰신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에서 본인의 가게와 음식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고객의 초기 유입을 확보하기 위해, 블로그를 잘 활용했다. 다만 검색 키워드를 많이 걸고, 마케팅 대행사를 써서 상위노출을 하는 전략을 쓰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막국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이야기를 쌓아 나가며, 정말 막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이 만든 블로그로 포지셔닝했다(고 한다.)

오프라인 매장에 CRM을 도입한 것. 카카오톡 예약 대기 시스템을 이용하여 장시간 대기하는 고객의 클레임과 문의를 줄이고, 재방문율을 파악하여 고객들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 손님의 행동을 관찰하여 데이터를 얻는 자세. 심지어 대기 시간까지 측정해서 이벤트에 활용한다. 매출 보다 재방문을 더 중요시하는 집. 리텐션의 중요성을 아는 식당.

고객 경험에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사실 이 점이 제일 놀라웠다. 보통 매장의 주차를 도와주시는 분들은 퉁명스럽고 불친절한 경우가 많다. 오래 서있다 보면 더운데 짜증도 나고 답답한 일도 많이 생길텐데도, 고객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모습은 다른 가게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신발장에 신발을 넣는 것도 주인이 지정한 번호를 사용해 혼동을 줄였다. 식사 도중 홀 서버님의 자세나 고객을 섬기는 태도가 확실히 다르다. 단순히 친절하기만 한 게 아니라, 대접하는 음식을 고객이 어떻게 즐겨주었으면 하는지 설명하면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관찰한다. (솔직히 나는 옆에서 너무 쳐다보는 게 좀 불편할 정도였다.)

뛰어난/일관적인 맛을 추구하는 자세는 당연하고, 가게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일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식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분명히 한 다음, 함께 일하는 종업원들이 완벽히 숙지할 수 있도록 교육시켰을 것이다. 분명 많은 시간을 썼을 텐데, 사장님이 가지고 있는 열정과 내공이 상당할 것이라 짐작하게 했다.

매장에서 나오는 청각 경험을 위해서, 배경음악의 선곡은 물론, 접시 소리가 최대한 안 나게 한다거나, 다른 손님이 소음을 내는 상황을 단호하게 제지하는 것. 생각해 보니 우리는 시각만큼이나 청각도 꽤 예민하게 받아 들이는 사람들이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시각적인 요소는 감안하면서, 청각적인 요소는 고려하지 않는 가게들이 많은 것 같다.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고객을 기억하려 하는 사업의 마인드에서 배우는 점이 많았다. 꼭 음식점에만 해당되는 비법은 아닐 것이다. 이런 마인드여야만 뭐든 잘 팔리는 집이 될 수 있구나 생각했다. 팬덤이 구축되지 않을 수가 없고, 바이럴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Written by Chanje Park

May 5th, 2021 at 4:0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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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bage in, garbage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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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부터 열까지 일의 모든 방법을 가르칠 수는 없지만,

일의 목적과 맥락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일을 맡기는 사람의 몫이다.

명확한 지시 없이는 명확한 결과가 나올 수 없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Written by Chanje Park

May 1st, 2021 at 7:2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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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이엔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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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라떼 이야기 100% 함유… 옛날 얘기가 재미없는 분들은 뒤로가기를..

내가 어떻게 회사를 시작했는지를 남겨놔야 겠다 생각만 하고 있다가, 언제 그걸 다 적나 싶어서 미뤄두고 있었는데, 그래도 글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의식의 흐름대로 써보기로 했다.


이제이엔이 어떻게 만들어졌나를 얘기하려면, 내가 어떻게 처음에 웹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했나에서부터 시작할 수 밖에 없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나모 웹에디터라는 도구로 웹 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동네 서점에서 영진출판사에서 나온 나모 웹에디터 무작정 따라하기 책을 사들고 하나하나 따라해가며, 배경음악 붙이고 (비틀즈의 Let it be 미디였음) 프레임을 나누고 웹 카운터를 입히면서 우리 반의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담임 선생님에게도 칭찬 받고 친구들에게도 우쭐거릴 수 있었다. 그 때 ‘남에게 인정받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 처음 알게 된 것 같다.

온라인 상에도 커뮤니티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현실에서 마주칠 일 없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떠들 수가 있구나. 지금의 클럽하우스와 비슷하게 음악을 들으면서 IRC 채팅을 하는 커뮤니티 서비스도 있었다. 여기서 채팅창을 도와주는 서비스도 만들고, 스크립트도 제작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정보영재라는 걸 하게 된다. 교육부에서 정보화 우수 인재를 뽑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는데, 정보올림피아드를 준비하는 날고 기는 수재들 속에 나는 그냥 ‘광대’였다고 생각한다. 버블 소트가 뭔지도 모르겠고, 주말 반나절동안 대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할 게임을 찾다가, ‘웹게임’이란 게 있다는 걸 알게 된다.

2천년 초 그 당시에 – 공용 PC 환경에서 짧은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 게임은 정말 한정적이었다. 그나마 스타크래프트 립버전 정도? 그런데 웹 브라우저만 있으면 바로 옆의 친구와 할 수 있는 게임이 있고, 그걸 심지어 내가 직접 개조해서 만들 수도 있다는 게 신기했다. 요즘으로 얘기하자면 마인크래프트 서버를 차려서 플러그인을 만들고 modding 하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볼 수 있겠다. Perl 이라는 언어로 웹 호스팅을 빌려서 나만의 웹 게임을 만들었다. 프로그래밍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무작정 일본 웹 게임 소스코드를 번역해가며 웹게임을 만들었다. (그 당시 만든 웹게임은 일본의 배틀로얄 영화를 원작으로 한 생존 서바이벌 게임인데, 이 웹게임 버전을 가지고 모바일 버전으로 컨버팅 되어 나온 게 블랙 서바이벌이라고 한다.)

게임을 직접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또는 프리 서버를 운영해 본 사람이라면 운영자가 가지는 권력의 단맛을 한 번 쯤은 느껴 봤을 것이다. 나도 주변의 친구들로부터, 그리고 인터넷 상에서 만난 불특정 다수에게 그런 감정을 느꼈다. 현실에서는 겪어보지 못하는, ‘남에게 인정받는’ 즐거움을 느꼈다. 웹게임을 개조하는 사람들이 모인 포럼에서 팁과 정보를 공유하고, 야매로 어떻게든 꾸역꾸역 개조해가며 우리 서버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넣어보려고 노력했다.

당연히 학업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고 WIPI 브라우저를 이용해서 학교 수업 시간에도 틈틈히 웹 게임의 동시 접속자 수가 얼마인지 체크하면서 게임이 잘 되기만을 바랬다. 비기 요금제를 쓰는데 한 번 체크하는데 3알 정도 까였다. 중학생~고등학생 시간의 대부분을 그 목적으로 보냈다.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나 공책에 낙서하고 로직도 짜보고 그랬다. 물론 주변에 이런 걸 같이 개발할 친구가 없었기 때문에 거의 내가 혼자서 개발을 했다. (디자인과 퍼블리싱을 도와준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지금은 교사가 된 걸로 알고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몸이 좋지 않아서 우리 부모님은 이런 나의 모습에 크게 염려하셨다. 그래서 내 컴퓨터 사용 시간은 굉장히 제한적이었고, 그래서 나는 코딩을 하려고 PC방에 갔다. 한 달에 3만원 정도 받으면 하루에 천원 정도 씩 썼다.

아시다시피 PC방은 매일 설치한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하드보안관에 의해 리셋되던 때다. 컴퓨터 전원을 키고 알FTP, EditPlus를 깐다. 수업 시간 동안 구상했던 로직을 실제로 구현하면서 테스트도 해본다. 개발 환경 갖추고 그런거 없이 그냥 쌩 라이브로 코딩했다. 뭔가 에러가 나면 사이트 우측에 뒀던 카페24 알리미(유저 채팅)가 갑자기 늘어난다. 그걸 보고 서둘러 정상화 시킨다. 남은 시간을 봐가면서 굉장히 밀도있게 코딩을 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집에 들어가서 내일 만들 기능을 궁리했다. (하지만 짐작컨대 우리 엄마는 담배냄새가 배인 내 옷을 보고 피시방에 갔다 왔다는 걸 아셨을 거라 생각한다..)

이런 야생에서의 경험을 수년간 하고 나니까, 웹 서비스를 어떻게 만들고 유저에게 보여줘야 할 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유저들의 요구사항을 어떻게 구현해야 할 지 – 상용 환경에서 할 수 있는 경험들을 굉장히 적은 비용으로 수년 간 경험해 본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 돌이켜보면 굉장히 무식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 때문에 지금도 그 때의 레거시한 방법을 버리지 못하고 요즘의 개발 트렌드와는 맞지 않는 개발 방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후회된다. (물론 지금도 FTP를 써서 개발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개발에서는 가급적 손을 떼려고 한다.)

암튼, 그때 만든 웹 게임 이름이 카루스였다. 기억으로는 2008년정도부터 만들게 된 것 같고, 경쟁 웹게임도 있었다.

수능은 쳐야 해서 고3은 수능 준비로 날리고, 어떻게 대학에 입성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다시 웹 서비스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 때도 아마 유머 사이트를 계속 만들고 운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의 개드립 같은 사이트)

그 당시 핫했던 WebSocket이라는 기술로 할 수 있는게 없을까 생각하다 마피아 게임을 만들었고, 웹마피아 라는 이름으로 내놓았다. 디시 갤러리에서 많이들 와서 하고 그랬다. 이거 만들면서도 재밌는 경험들을 많이 했다. 모바일 안드로이드 앱과 웹 간 연동도 시켜보고, 랭크 게임도 만들고, 등등…

그리고 이 때 멘탈 단련을 많이 했다. 지금도 찾아보면 나의 흑역사들이 곳곳에 묻혀져 있는데, 이 당시 내 멘탈은 그냥 개복치였다. 조금만 건드려도 터지고 사이트 접겠다고 징징거리고. 어떻게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유저를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던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중고딩때 만들던 카루스를 다시 가져와서 서비스한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이걸로 크게 돈 벌 생각이 없었다. 맨 처음에 말한 것 같이 나는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에 서비스를 만들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게임에도 딱히 유료 모델을 붙이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공문이 날라왔다. 아래 그 메일이 있다.

지금은 개인(인디개발자)의 심의가 많이 간소화된걸로 아는데, 저 메일을 받을 때만 해도 사업자를 내지 않고서는 심의를 받을 수가 없었다. 그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사업자를 내면 장학금도 못받고 큰 빚을 지는 건 아닐까 걱정했었다. 그런데 게임을 재밌게 하고 있는 유저 분들을 뒤로 두고 게임을 고작 이것 때문에 닫기는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내 이름을 거꾸로 하여 급조한 EJN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게임 개발을 같이 할 사람들을 모아서 개발을 시작하게 된다.

이제이엔을 왜 만들었냐고 물어보면, 사실 딱히 큰 비전은 없었다. 뭔가를 혁신하고자 하는 생각도, 큰 돈을 벌려고 하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우리가) 만드는 서비스를 사람들이 써 주는게 좋아서, 유저들에게 실시간으로 받는 피드백이 –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 나에게 마치 도파민처럼 느껴졌고 새로운 도전과제가 되었고 그걸 해결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그 성취감과 재미를 잊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이게 이제이엔의 시작이다.

Written by Chanje Park

April 8th, 2021 at 10:3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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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탄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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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what do you look for when you’re making bets on the people you invest in?

The last one is that you want somebody who’s ultra-resilient, because there are just so many trials and tribulations to building a business. One day it can feel like you’re on the top of the world, and the next day it’s all crumbling down. Can you compartmentalize it, put it in context and enjoy it?

Chamath Palihapitiya of Social Capital on the Paradox of Ego and Humility

사업가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고,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된 인터뷰. 차마스가 말하는 ‘회복 탄력성’은 사업 뿐 아니라 인생과 투자에서도 꼭 필요한 능력이다. 살다 보면 기쁜 일도 오지만 슬픈 일도 생기는 데, 내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다 보면 결국은 더 좋은 내일이 올 거라 믿는 것. 멘탈이 좋지 않을 때 순간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게끔 스스로를 관리하자. 나를 믿어주는 분들을 위해서.

Written by Chanje Park

March 20th, 2021 at 9:49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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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스토리 디자인: T1의 사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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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스토리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이 책은 일본 기업/브랜드에서의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설명한다.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3가지 요소로 구성된 주춧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째로 ‘지효성’이다. 지난 번 읽었던 <스노우볼 팬더밍>에서도,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순발력 있는 메시지는 즉흥적인 구매를 일으킬 수 있으나 지속되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끈기 있게 스토리를 전달해서 고객(생활자)의 무의식에 우리 브랜드의 이야기가 자리 잡게끔 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알아가는 재미’, ‘배울 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고객을 끌어들일 수 없다. 직접 물건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을 때 고객은 브랜드를 골라야 할 이유를 찾게 된다. 이를 통해 고객은 지적이고 근사한 이미지를 가진 것처럼 느끼며, 브랜드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되고, 브랜드가 전달하려는 진정한 의미를 ‘재발견’함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헌신을 갖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원풍경(원래의 모습)’이다. 사회에서 학습한 스테레오타입일 수도 있고, 우리가 원초적으로 떠올릴 수 있거나 동경하는 이미지가 있다. 이를 브랜드에 어떻게 잘 녹일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위의 요소들을 잘 조합하여 위기와 해결 등 기존 스토리에서 갖고 있는 ‘기승전결’이 탄탄한 이야기가 바로 브랜드의 스토리가 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브랜드 중 e스포츠 프로 게임단 T1이 있다. 2004년에 설립되어 2019년에 미국의 미디어 기업 컴캐스트와 합작 회사가 되었고, 포브스가 선정한 2020년 가장 가치 있는 e스포츠 구단들 중 하나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사실 T1의 역사를 모두 알고 있는 팬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워낙 많은 게임을 다루고 있고 각 게임의 흥행기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스토리가 쌓여 지금의 브랜드가 만들어 졌는데, 다른 e스포츠 게임단보다 훨씬 뚜렷한 색깔과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T1은 한국의 e스포츠 역사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팀이다.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7회 우승과 LCK 9회 우승,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서 유일하게 3회 우승을 달성한 ‘강력한 팀’으로 인식되어 있다. 한국 뿐 아니라 유럽의 시골 마을에 가도 SK텔레콤은 모르지만 T1은 안다고 한다. T1이 꾸준히 보여준 뛰어난 성적은 최고의 명문 팀이라는 확실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e스포츠는 다른 기성 스포츠와 달리 선수와 팬들의 거리감이 상당히 좁은 편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상당수는 프로선수가 보여주는 뛰어난 플레이를 보고 나도 저렇게 게임을 잘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팬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e스포츠 산업이 태동기라 미숙한 부분들도 많고, 사건사고가 많음에도, 팬들은 이를 포용하고 팀과 함께 성장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다른 엘리트 스포츠보다 특히 ‘조공 문화’가 발전되어 있고, 선수들이 밥은 제 때 챙겨 먹는지, 좋은 환경에서 연습하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선수들의 개인 화면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즐기며 선수들과 직접 소통한다. 대회가 끝나고 숙소로 이동하는 순간에도 라이브 방송을 통해 오늘 대회가 어땠는지를 얘기하며 팬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려 노력한다. 공식 대회가 아닌 일상에서의 선수들의 사소한 순간들과 모습을 즐기고 향유함으로써 더욱 애착을 가지게 된다.

T1을 좋아하는 팬들은 기성 스포츠와 달리 상당히 젊다. 그들은 어릴 적 오락실에서 나보다 게임을 잘 하던 친구들의 게임 화면을 뒤에서 지켜보던 기억들을 갖고 있다. 남들보다 더 게임을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원초적인 욕구가 있다. T1의 선수들은 내가 닮고 싶고 동경하는 ‘게임 잘하는 친구’들이 모인 팀이다.

T1이 항상 뛰어나고 강력한 팀의 모습만 보여줬던 것은 아니다. 초창기 임요환 선수는 아침마당에 나가서 ‘프로게이머가 게임 중독자와 같지 않느냐’는 취급을 당하며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이제는 학부모들이 임요환 선수와 같이 자식을 프로게이머로 키우고 싶어 프로게이머 학원을 찾는다.

페이커 선수는 침체기와 슬럼프를 겪으며 게임에서 패배하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 자신과의 싸움을 잘 이겨내고 이를 화려하게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모두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두 선수는 첫 데뷔부터 현재까지 T1에 소속되어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 점도 타 팀과 차별화된 브랜드를 강화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요즘 어린 친구들에게는 자서전이나 위인전과 같은 낡은 콘텐츠로는 더이상 큰 감동과 교훈을 주기 어려워 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포맷은 아니지만, 게임을 통해서 시련을 극복하고 땀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더 나아가 Nike, BMW 등과의 스폰서쉽을 통해 밀레니얼/Gen-Z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주도하고 있다.

  •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극복
  • 저조한 성적으로 슬럼프와 시련을 겪지만 이를 이겨냄
  • 언제 어디서나 팬들과 소통하며 친밀감을 형성하고자 노력함

최근 T1은 프로게이머 뿐 아니라 스트리머를 영입하는 등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강화하고 있다. T1이 보여주는 최근의 모습에 기존 팬들은 많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아 보인다. 팀 구성에 대해서도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T1에게 기대했던 강한 팀이라는 모습과 다른 행보에 실망하는 팬들도 있다. 구단의 수익성과 실력을 모두 챙기는 것이 정말로 어려운 일이지만, 늘 그랬듯이 지혜롭게 해결할 인사이트와 방향을 찾아낼 것이라 믿는다.

Highlights

p37. 순발력 있는 메시지를 더지면 고객은 무심결에 반응해서 구입하거나, 사진을 찍어 자신의 SNS에 올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한순간의 사건으로 끝나버리고 만다.
여기에서 생각해야 할 것은 계속해서 구입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재구매로 이어지는가의 여부가 상품력의 전부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커뮤니케이션 활동 그 자체가 고객이 재구매할만큼의 원동력을 만들어준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p38. 끈기 있게 스토리를 전해나가야 한다.
p50. 브랜드 스토리는 곧바로 매출 확대로 이어지는 즉효성 있는 정책이 아니다. 그러나 결정타가 될수는 있다.

p98. ‘그저 팔리기만 하면 된다’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다음에 또 사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
제품이 본래 가진 근사한 부분은 책과 마찬가지로 서서히 인정을 받는 것이 이상적이다.
‘팔리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선택하는 사람의 마음을 열어야 상품을 집게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결국 고객이 얼마나 즐거운 기분을 갖느냐에 따라 ‘팔리는 물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p108. ‘체험해 보고 싶다’는 생활자의 충동을 부추기자 머지않아 그들 사이에서 스스로 이야기를 공유하며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p130.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부분은 지금도 마시고 있는 분들에 관한 것이죠.
다양한 방면으로 여러 시도를 하되 함께하는 고객층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이들과 다른 부류를 연결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219. ‘재미있으니까 한다’는 메시지가 혼다의 기업 CM에서도 선전 문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만, ‘혼다는 재미있는 일을 많이 시도하는구나’ 하고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일은 혼다만 할 수 있지’라는 평가를 받고 싶네요.

p235. 즉효성 있는 디자인만으로 그때그때 트렌드를 좇기 바빠진다면, 브랜드가 가진 본래의 강점이 보이지 않게 될 겁니다.

Written by Chanje Park

March 14th, 2021 at 12:1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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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ators as the next creat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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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ve had this proliferation of creators across all types of media, TikTok and YouTube for video, Substack for writing, Instagram for images, and Clubhouse for audio. We have so much more content than ever before.

“So I think that there are going to be some interesting platforms that arise that are specifically for people to curate content. We’re going to follow the curators, and not the creators.”

Written by Chanje Park

March 10th, 2021 at 9:3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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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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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내가 지금 무엇을 모르고 있고, 어떤 것을 알아야 하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더 잘 알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는 게 엄청 도움이 된다. 동료들과의 미팅에서도 발견할 수 있고, 클럽하우스와 페이스북 같이 외부 채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보통 책이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는 정제되고 제한된 지식만 얻을 수 있는데, 클럽하우스는 다른 회사의 리더나 실무자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아주 가까이서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나같이 네트워킹 하는게 부담스럽고 밖에 나가는걸 꺼리는 사람에겐 너무 좋은 채널이다. 덕분에 노하우를 많이 배우고 있다.

Written by Chanje Park

February 23rd, 2021 at 12:13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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